동물이 사람보다 먼저 죽는 이유

YOU say 2007. 5. 22. 18:21 posted by Buona S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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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사람보다 먼저 죽는 이유

수의사로서 내가 겪어야 하는 가장 힘든 순간은 병든 동물이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때이다. 고통 때문에 삶이 짐이 되어 버리고 나면, 나는 주인들에게 사랑하는 동물을 편히 떠나보내라고 권고한다. 이 마지막 결정을 내리는 것은 누구에게나 퍽 고통스럽기 마련이다. 나 역시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자주 무력감을 느껴야 했다.

적어도 숀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열 살 먹은 개 베커는 상태가 몹시 좋지 않았다. 주인인 론과 리자 부부, 네 살배기 아들 숀은 모두 베커를 끔찍이 아꼈기에 기적이라도 일어나기를 바라는 심정이었다. 그러나 진찰 결과 암은 손쓸 수 없이 번진 상태였고 베커는 이미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기적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으며 늙은 개가 더 이상 고통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상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수속을 밟으면서 론 부부는 아들 숀이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고통스러운 경험이겠지만 배울 것이 많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다음날, 가족들이 베커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보자 나는 언제나처럼 목이 메였다. 어린 숀은 침착한 모습으로 개를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저 아이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몇 분후 베커는 편히 잠들었다. 아이는 아무 혼란이나 고통 없이 베커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우리는 잠시 모여 앉아 동물의 수명이 인간보다 너무 짧다는 것에 가슴 아파 했다. 가만히 우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난 그 이유를 알아요."

놀란 우리는 숀을 바라보았다.
뒤이어 그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나를 놀라게 했다.

"모든 사람은 어떤 삶이 훌륭한 것인지를 배우려고 태어나는 거예요.
상대방을 사랑하는 친절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요. 그렇죠?"

숀은 말을 계속했다.

"그런데 동물들은 이미 그 방법을 알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오래 머무를 필요가 없는 거지요."

나는 그 전이나 그 후로도 그만큼 마음을 위로해 주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

<사람보다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동물 이야기>
- 수의학 박사 로빈 다우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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